부제 - 아들에게 전하는 가을 편지
사랑하는 나의 아들 영훈에게...
한국관광공사 구석구석 찾아가기에 참가할수 있다는 뒤늦은 연락을 받고 엄마는 많이 고민해야 했단다
엄마 외에 딱 한명만 더 갈수 있다고 하셨기 떄문이지
'아빠랑 영훈이와 유정이 중에 누굴 데려가야 하지?'
고민 끝에 동생인 유정이를 데려 가기로 결심했단다 오빠인 영훈인 놀토마다 역사기행을 다니지만 유정인 아직 저학년이라 늘 집에 있어야만 해서 마음에 걸렸거든..
영훈이는 엄마 맘 이해해 줄거라 믿어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 어린 동생을 다독여 일산서 지하철을 타고 출발지인 한국관광공사로 갔단다
대화역에서 관광공사가 있는 을지로입구 역까지 가려면 을지로3가에서 2호선 시청 방향으로 갈아타고 한정거장만 가면 되는곳이란다 한시간 정도 걸리더구나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서 5분 정도 걸으면 청계천 옆에 위치하는데 엄마는 처음 찾아가는데다 큰 대로변에 있는게 아니라 조금 찾느라 고생 좀 했단다
버스에 올라타고 나서야 거기가 청계천인걸 알았지..
그런데 이번 여행에 동행하는 사람들은 가족끼리 모두 온 사람들도 많던데 엄만 영훈일 못 데려와서 맘이 좀 안 좋았단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가족 모두가 갈수 있었음 좋겠어...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선 유정인 어느새 잠이 들고 버스는 서울톨게이트를 지나 경부선 고속도로에서 천안 ~논산간 고속도로를 지나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늦어져 구례의 한 식당에 도착했단다
오랜 시간의 버스 여행이었지만 가이드님이 세심하게 준비한 여러가지 이벤트 덕에 지루하지 않게 갈수 있었어
점심 메뉴는 참게매운탕! 섬진강의 특산물이란다
얼큰하고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어우러진 음식이었어 영훈이가 왔으면 넘 맛있게 잘 먹었을텐데....
점심 식사를 마치고 화엄종의 중심 사찰인 화엄사로 갔단다
화엄사의 창건연대는 서로 다른 이견이 많지만 1979년 발견된 신라경덕왕떄의 화엄경을 참조해 보면 인도승려 연기존자가 세웠으며 신라문무왕떄 의상대사가 화엄 10 사찰의 하나로 중수하여 이름이 알려졌단다
그러나 임진왜란때 전소되었다가 인조때나 되서야 중수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해
화엄사에는 각황전과 석등 사사자 삼층석탑등의 중요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어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곳이기도 하단다
마침 화엄제 행사가 열려 많은 인파가 자리를 메우고 있었단다
그 옛날 보리수 나무 아래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설법을 전하실떄도 지금과 같이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었겠지?
화엄사 경내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와 푸른 빛이 뚝뚝 떨어질것만 같은 하늘이 어우러져 감동에 감동을 더해 주었단다 유정이도 음악에 빠져 들어 꼼짝 안하고 앉아서 듣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어여쁘더구나
화엄사 돌담에 작은 돌탑을 쌓고 무언가를 간절히 빌던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우린 화엄사의 장관을 뒤로 하고 다시 숙소인 지리산온천지구로 향했어
예전의 영화는 간 곳이 없고 몇몇의 상가만이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더구나
보기에도 안타까워 하루 빨리 활성화가 되길 기도했단다
엄마와 유정이 단둘만 보내는 첫 밤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둘 만의 오붓한 과자 파티 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마쳤단다
영훈이도 아빠와 오붓한 시간 보냈겠지?
다음날 아침
지리산 단풍 중 가장 아름답다는 피아골로 출발했단다
피아골은 빼어난 절경만큼이나 간직한 전설도 많이 있더구나
6.25때 공산군이(빨치산이라고 한단다) 지리산에 숨어 있다가 죽으면서 흘린 피가 골짜기마다 스며들어 피빛 단풍이 되었다는 이야기, 전쟁때 피난민이 많이 와서 피아골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 이야기
예전에 잡곡중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했던 곳이라 피아골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등 사람들은 그중 피밭이어서 피아골이 되었다는 것이 제일 신빈성이 있다고 하더구나
네 생각은 어떠니?
우린 왕복 두시간여 거리인 삼홍소까지 다녀오기로 했단다
유정이한테는 쉽지 않은 코스였을텐데 힘들다는 내색 한번 안 하고 어찌나 잘 올라가던지...
경치가 아름답고 공기가 좋아서였을까...
삼홍소란 이름은 단풍에 붉게 물든 산과 그 붉은 산을 머금은 물,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 불그스름해진 사람의 볼 세가지를 합해서 붙여졌다는구나
직접 삼홍소에 가 보니 정말 그 이름에 붙여진 의미가 몸으로 느껴지더구나
헌데 영훈아,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단풍은 그것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란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겨울을 나기 위해 제 몸의 일부를 떼어버려야 하는 나무의 아픔이 인간에게는 한없는 기쁨을 선사하니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것 같구나
영훈이도 이 다음에 자라서 자연을 닮은 사람이 되길 바래
유정이 손을 잡고 피아골을 내려와 산채비빔밥과 흑돼지주물럭을 맛있게 먹고 구례군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야생화전시관에 갔단다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었는데 그저 '예쁘다, 어떻게 저런 작품을 만들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만 들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왔단다
엄마랑 유정이도 작은 압화 액자를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지
냉장고 자석 모으는게 취미인 아빠한테 선물하려고 말이야...ㅎㅎ
이제 구례 여행의 마지막코스인 동편제 판소리 전수관이구나
판소리는 소리광대가 서서 소리를 하며 긴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고수는 앉아서 추임새를 하며 북장단을 치는 판놀음의 한가지야 관중들은 "좋다 얼씨구" 등의 추임새를 넣어줘야 판소리꾼이 더 흥이 나서 소리를 잘 한다는데 직접 추임새를 넣어 보니 것도 쉬운 건 아니더구나
판소리는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서편제와 동편제 경기도 충청도 지역에 전승되온 중고제가 있다고 해
가만 듣고 있으면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기도 하고 눈물이 핑 돌기도 하는게 즐거움속에 슬픔이 배인 참으로 신비한 소리더구나
우리의 전통 소리가 변함없이 계승되어진다면 영훈이의 후손들도 지금 엄마가 느낀 신비로움을 가슴 으로 느낄수 있을거야
영훈아 이제 1박2일간의 구례 여행이 끝이 났단다
구석구석 찾아가기란 타이틀에 걸맞게 너와 내가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곳이 이곳 구례의 구석구석 숨겨진 곳이었던것 같구나
멀리 있어 쉽게 마음 먹고 떠날수 없는 곳이었지만 먼 길 마다 않고 한걸음에 달려 갈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 또한 여기 구례인것 같구나
시간을 내어 우리 가족이 함께 꼭 다시 찾아가 보자꾸나
2008년 10월 26일 일요일에...
- 가을산을 가득 담아 아들에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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