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전 '지지 않는 꽃' 한쪽에는 시민들이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적어 벽에 걸어 놓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은 프랑스 전시 때 현지 시민이 적어 놓은 응원 메시지. ©여성신문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1만7000명의 관람객이 찾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이 한국에서 앙코르 전을 열고 있다. 오는 3월 16일까지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박물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 20명의 작품이 걸린다.
전시는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알리는 뚜렷한 메시지와 함께 이현세, 김광성, 박재동 등 한국 최고의 만화가들이 참여해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전시 3일째인 지난 20일 한국만화박물관을 찾아 전시를 둘러봤다. 자녀 손잡고 제대로된 역사를 가르쳐주기 위해 방문한 어머니부터 프랑스에서 호평을 받았던 전시가 앙코르 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온 시민도 있었다.
▲ '지지 않은 꽃'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작품 감상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자신을 부천시민이라고 소개한 오삼근(60)씨는 “할머니들이 역사의 증언대 앞에서 고생하고 계시는데 우리는 점점 그 역사를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예술가들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그 실상을 젊은 사람들도 알기 쉽게 만들어 주는 활동이 계속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평소에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다던 국효정(27)씨는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만화로 보니 색다르다”며 “일본군‘위안부’ 사실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와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소개다.
◇ 안수철 ‘성전열차’ 오토마타
▲ 안수철, 강효숙 작가의 '성전열차' 작품의 오토마타. 작품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 '빼앗긴 순정'을 모티프로 제작됐다. ©여성신문
전시에 출품된 안수철·강효숙 작가의 작품 ‘성전열차’를 오토마타로 제작했다. 오토마타는 관람객의 참여로 작품을 움직이게 하는 전시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성전을 수행한다며 전쟁터로 가는 군용열차에서 소녀들을 겁탈했다. 오토마타를 돌리면 열차가 움직일 때마다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돌아가는 벚꽃이 눈에 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핏빛으로 물드는 일본군‘위안부’의 한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안수철 작가는 상명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스토리작가 겸 만화교구개발자다. 그는 만화 장면을 반영한 오토마타를 제작하며 만화전시 분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안수철 ‘나비의 노래’ 오토마타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 '배를 따는 일본군' '위안소에서'를 모티브로 만든 오토마타. ©여성신문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 ‘배를 따는 일본군’, ‘위안소에서’를 모티프로 만든 오토마타.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짓밟힌 심정을 열매 맺지 못하고 시들어져가는 배에 비유했다. 배나무 위 밧줄에 묶인 새는 고향으로 날아가고 싶지만 못 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상징한다.
◇ 김광성·정기영 ‘나비의 노래’
▲ 김광성-정기영, 나비의노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구술 자료를 토대로 그린 작품. 위안부에 끌려가서 만난 두 소녀가 전쟁 후 극적으로 살아나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군 가미가제 특공대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순간에 지다’로 유명한 김광성 작가가 그림을,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부회장이자 목원대 스토리텔링 강사로 활동하는 정기영 작가가 스토리를 맡았다.
◇ 탁영호 ‘꽃반지’
▲ 탁영호, 꽃반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어릴 때 위안소로 끌려가 일본군에 인생과 청춘을 도륙당한 자매의 이야기를 그렸다. 언니는 위안소에서 죽은 여동생을 평생 가슴에 담아두며 그가 남긴 꽃반지를 유물로 남긴다. 전주대, 세종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활동하는 탁영호 작가가 그렸다.
◇오세영 ‘14세 소녀의 봄’
▲ 오세영, 14세소녀의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쟁이 끝나고 위안소에서 나온 피해 여성이 한 군인을 만나 그간 겪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작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녹록지 않았던 현실을 담담히 담아냈다.
작품은 문학성 짙은 단편만화를 주로 그려온 중견작가 오세영씨가 그렸다.
◇ 최인선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최인선, 우린어디로가고있는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어린 소녀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인 일본군. 그들이 위안소에서 벌이는 만행으로 여성들의 눈물이 피눈물이 된다. 이미지와 글 하나하나에 압축된 상징이 눈길을 끈다.
독특한 그림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작가 최인선씨의 작품이다.
◇김금숙 ‘비밀’
▲ 김금숙, 비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 김금숙씨의 작품이다. 작가는 증언이 없다고 우기는 일본 정부에 “살아있는 증인이 곧 증거”라는 깨달음을 주기 위해 기획했다. 김금숙 작가는 프랑스 몽펠리에서 열린 만화 페스티벌 NMK에 초청돼 ‘문화계 저널리스트들이 뽑은 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건웅 ‘문신’
▲ 박건웅, 문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정옥선(74) 할머니의 증언을 만화로 재구성한 작품. 우리에게 전쟁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갖게 만든다. 주로 사회 현실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업을 해온 박건웅 작가의 작품.
◇김정기 ‘꼬인 매듭’
▲ 김정기, 꼬인 매듭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두 개의 줄이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작품. 한 줄은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간 한 여성의 삶이 그려져 있고, 다른 줄에는 억지로 군대에 끌려가는 일본 남성의 인생이 담겨 있다. 전쟁이 망쳐 놓은 두 남녀의 삶에서 인류의 비극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은 ‘현장 드로잉 쇼’를 벌이는 김정기 작가가 그렸다. 그는 웹툰, 만화, 퍼포먼스를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최신오 ‘70년 동안의 악몽’
▲ 최신오, 70년동안의악몽 ©한국만화영상진흥원
70년 동안 악몽을 꾸는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 어린 소녀가 아름다운 꽃밭에서 놀다가 위안소로 끌려가며 해를 입는 과정이 담긴 악몽을 그렸다. 제8회 부천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을 받은 최신오 작가의 작품이다.
◇이현세 ‘오리발 니뽄도’
▲ 이현세, 오리발니뽄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현세 작가 작품. 그는 한국만화가협회장,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을 엮임한 한국 대표 만화작가다. 작품에는 짐승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일본 군인을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며 칼을 잡아든 용감한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김형배 ‘무제’
▲ 김형배, 무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욱일승천기로 상징된 일본군. 그들의 폭력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한 여성의 모습이 적나라하다. 70, 80년대 어린이를 위한 공상과학만화를 주로 창작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김형배 작가가 그렸다.
◇차성진 ‘그날이 오면’
▲ 차성진, 그날이오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소원은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다. 한 할머니의 맑은 눈동자를 통해 ‘그날’이 오기를 기원하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역사만화, 아동교양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화를 그려온 차성진 작가의 작품.
◇고경일 ‘무제’
▲ 고경일, 무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위안부 소녀의 몸에 폭탄을 장착하고 그들을 땅으로 투하시키는 일본군의 잔혹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들과 아무렇지 않은 듯한 가해자의 얼굴이 대비된다. 시사, 풍자만화가로 사회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작품을 다수 선보인 카투니스트 고경일 작가의 작품.
◇백성민 ‘시선’
▲ 백성민, 시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예수가 십자가에 못을 박힐 때와 같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피해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왼쪽 가슴에 박힌 빨간 핏자국. 할머니들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낙인이다. 역사만화가로 알려진 백성민 작가가 그렸다. 백 작가는 시사, 풍자만화가로 사회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작품을 다수 선보인 카투니스트다.
◇ 신지수 ‘83’
▲ 신지수, 83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본의 진정한 사과’로 대표되는 피해 할머니들의 소원이 이뤄졌을 때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라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24개의 액자로 구성됐다. 작품에는 연령이 다른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을 많이 그려온 신지수 작가가 그렸다. 신 작가는 2012년 프랑스 알굴렘 작가의집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체류한 바 있다.
◇박재동 ‘끝나지 않은 길’
▲ 박재동, 끝나지 않은 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시사만화가로 유명한 박재동 작가의 작품. 초가집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을 떠나 길고 험난한 길을 걸어온 한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여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인생을 과거-현재-미래로 표현했다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김신 ‘그래도 희망을’
▲ 김신, 그래도희망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과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모습을 나란히 그려 넣은 작품. 주변에는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 나비가 아름답게 날고 있다. 아픈 삶을 살아왔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어본다는 작가의 염원을 담았다. 작품은 시사만화, 학습만화를 그려온 김신 작가가 그렸다.